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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람재들꽃` 3월 꽃편지를 발송했습니다.


'바람재들꽃' 3월 꽃편지


삼월입니다.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말하면 입술에 풀물이 들 것 같듯이

삼월, 삼월, 삼월 이렇게 자꾸 외면 벌써 마음이 따스해지고 꽃빛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광장에 모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헌법재판소가 곧 탄핵 결정을 내릴 심각한 시국이지만

그 중요한 문제를 정의와 상식이 이기리라는 믿음과 기운에 잠시 맡겨두고

삼월의 들꽃 편지에서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친구와 나란히 카페에 앉아 수다 떨듯이요.  


뜬금없지만 영화 이야기는 어떤가요?

최근 영화보다는 그냥 추억 속 영화들을 꺼내어 나누면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보고나서 마냥 행복해지던 영화를 들라면 제일 먼저 어떤 영화가 떠오르나요?

영화 속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장면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열 번, 스무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화도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해리슨 포드가 나온 도망자, 실종자 그리고 다이하드 시리즈 같은 종류입니다.

긴장, 스릴, 정의감, 휴머니즘 등이 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좀 다르지만 우리나라 영화 중엔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동감(2000작, 김하늘, 유지태 주연) 등이 있지요.


그런데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전 그 어떤 영화보다도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존 애브넛 감독,1992년작)'를 말하고 싶답니다.

영화를 보고 이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아마도 처음으로 알게 된 영화였지요.

'옛날엔 여기에 큰 호수가 있었대. 어느날 오리떼가 가득 내려 앉았는데 그 오리떼가 날아오르는 순간 

그만 그 호수가 꽁꽁 얼어붙었어. 얼음을 매단 채 오리떼가 날아갔지...

그래서 그 호수가 지금 조지아주에 있대....'라는 영화 속의 이야기는 언제 떠올려도 즐거워집니다.

페미니즘, 인권, 평등, 우정....  그런 것들을 담고 있는 따뜻한 영화여서 영화를 본 분들과는 언제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요.


인디언 섬머(이미연, 박신양 출연. 2001년 작)라는 영화도 있었지요.

북아메리카에는 늦가을에 일 주일쯤 따가운 여름햇살이 쏟아지는 날씨가 있다는데 그걸 인디언 섬머라고 한다고...

남편 살해범으로 의심받는 사람과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 박신양의 사랑은 삶의 끝자락에 빛나는 인디언 섬머이지요.

저승에 가기 전 마지막 들러는, 이승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만을 기억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고.... 

나는 그 한 순간이 없어서 어쩌나 했는데 이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미연은 마지막에 말하지요.

영화의 제목과 그 대사가 전 어느 순간 잊히지 않게 되었답니다.


밀애(변영주 감독, 김윤진 이종원 주연, 2002년 작)는 많이 야한 영화이지만 그 장면들보다 마지막 대사가 더 기억나지요.

사고로 연인을 잃고 혼자 깨어난 미흔(김윤진)은 집을 떠나 일용직 일을 하고 빵으로 허기를 떼우는 생활을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이 더욱 살아있다고 느낀다.... 삶의 활력은 불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라고 독백을 하지요.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도 페미니즘적 요소가 다분하네요.


친구와 마주앉아 방금 같이 보고나온 영화나 또는 오래 전 인상깊었던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면 참 행복하겠지요?

때로는 멀리서 따로, 같은 영화를 같은 시간에 보고 전화로 수다를 떨 수도 있답니다.


참 열 번, 스무 번을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는요.

전 '쇼생크탈출'과 '캠퍼스군단(1991년작, 다니엘 페트리 주니어 감독)'을 말하고 싶습니다.

캠퍼스군단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달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던 힘든 시간에 보고 또 보았지만 볼 때마다 놓쳤던 섬세한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영화이지요.


저 혼자 너무 길게 수다를 떨었나요?

이 편지를 받는 들꽃님이 웃으며 이야기 들어주고 계시네요. 이제 들꽃님 차례입니다.


    2017년 삼월 초하루.  가을하늘 드림



**  이달부터 편지 쓰기와 사진 고르기, 메일 보내기를 모두 제게 하라고 지기님이 명령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지기님은 닉네임순으로 올리셨지만 전 힘 덜 들이려고 날짜 순으로 했으며, '우리 꽃 우리 나무' 방에서 골랐습니다.

지난 2월은 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이 주인입니다.



모감주나무 / 다빈치 님 (2/1)         


팥배나무 열매 / 어진내 님 (2/8)


길마가지나무 / 청로 님 (2/9)


복수초 / 난이조아(천안) 님 (2/13)



통도사 홍매화 / 말발도리 님 (2/15)



노루귀 / 라라샘 님 (2/17)


노루귀 / 안여사 님(2/17)


큰개불알풀 / 도마 님 (2/18)



변산바람꽃 / 산으로 님 (2/18)



사위질빵 / 다빈치 님 (2/19)



후추등 / 제주큰동산 님 (2/20)



앉은부채 / 곰발바닥 님 (2/21)



변산바람꽃 / 파란하늘꿈 님 (2/24)



생강나무 꽃눈 / 곰발바닥 님 (2/24)


복수초 / 바람의 나라 님 (2/26)


너도바람꽃 / 도마 님 (2/27)


청미래덩굴 / 다빈치 님 (2/27)



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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