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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스크랩] 마지막 종주목표 지리산

마지막 종주 목표 지리산

 

연초에 세웠던 마지막 종주 목표였던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공룡능선에 이어 세번째이자 마지막 계획이였다.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산행이다.

 

난 무엇때문에 이곳을 선택했을까?

내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자 선택했던 산이다.

 

3년을 일에 파묻혀 앞만보고 살다가

1년은 술로 보내고

6개월은 산에 미쳐 산 것 같다.

 

지리산 오르면서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년 가을 레드벌룬이 산에 같이 가자고 했을때...

산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람들과 얽히는게 싫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우연히 따라가게된 재약산.

그 곳이 내가 산사랑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곳이다.

레드벌룬이 까페 분위기 좋지 않아서 이번에 참석율이 저조할 것이라고...

인원수 늘려서 운영진의 힘을 실어줘야한다며 간곡히 부탁을 한다.

부탁에 못이겨 따라가긴 했지만 색다른 경험과 분위기가 좋았다.

 

두번째 산행 삼악산.

제일 처음 만나 화이팅이예요. 하고 인사를 건넨 화이팅님.

그리고, 마미님, 파파님과 정영님을 비록한 강북 패밀리분들...

챙겨주고 배려하는 마음에 많이 끌렸다.

그때 까페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산행 후 카페 가입하려고 했는데 등록이 되지 않아 제제님한테 메일을 보내고서야 가입이 되었다.

 

그리고, 12월부터는 거의 매주 산에 간 것 같다. ㅋㅋㅋ

 

이번 지리산 산행은 1월1일 덕유산 일출보고 내려오면서 태희사랑님과 약속한 산행이였다.

한라산 종주는 내가 번개치고, 지리산 종주는 태희사랑님이 치기로...

약속을 지켜 준 태희사랑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번개공지 올리고부터 지리산 종주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급선무가 산장예약이였다.

다행히 찬솔님과 처음처럼님의 활약으로 12석은 예약이 되었고, 12석은 지인을 통해 예약하게 되었다.

 

6월1일 9시...

뭉게구름님, 태희사랑님, 정영님, 단편님 도착...

용산역 도착하여 이마트에서 먹거리 사고 준비물을 샀다.

멋진걸님을 비롯하여 나머지 분들 속속 도착하고...

산 것이 많지 않았지만 배낭에 들어가지 않아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는 사람들은 강제로 꾸역꾸역 밀어 넣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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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 20시35분...

힘찬 화이팅 소리와 함께 들풀님/들꽃님, 제제님의 따뜻한 환송속에 산사랑 26명의 지리산 종주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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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기차여행...

언제나 떠난 다는 것은 즐겁다.

 

6월2일 03시 24분 : 구례역 도착

기차에서 내려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위에서 날까로운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기차소리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내려갔다.

대합실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등산객 한분이 반대편으로 내려 맞은편에서 오는 열차에 치였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우리 일행이 아니라는게 다행스러웠지만

이 사고가 산행내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중에 무박팀으로부터  이 사고가 뉴스에 나왔다는걸 알게 되었다.

윤경선님은 우리가 탄 기차임을 알아보시고 사고 당한 분과 같은 성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고 한다.

산사랑 식구들 신경 써 주시는 그 마음에 고마울따름이다.

 

6월2일 04시 06분 : 성삼재 도착

택시, 승합차, 버스에 나누어 타고 성삼재 도착...

 

달궁 및 성삼재의 유래...
마한, 진한, 변한의 부족국가사회를 이루고 있던 삼한시대에 부족간의 큰 전쟁이 일어났는데

마한 군에 쫓기던 진한왕이 전쟁을 피해 문무백관과 궁녀들을 이끌고 이곳 지리산으로 들어와

오랫동안 피난생활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때 임시 도성이 있던 자리를 달궁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심원달궁은 지리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적을 방어하기에 천혜의 요새였다.

진한왕은 달궁을 방어하기 위해 서쪽 10리밖의 영에 정장군(정령재)을,

동쪽 20리밖의 영마루에 황장군(황령재)을,

남쪽 20리밖의 산령에는 성이 각기 다른 3명의 장군(성삼재)을,

북쪽 30리 밖의 높은 산령에는 8명의 젊은 장군(팔랑재)을 배치해 외적의 침공을 막아냈다고 하여

각각 정령재, 황령재, 성삼재, 팔랑재 등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으나,

지금 달궁에는 이름만 전해 내려올 뿐 옛날의 궁성터는 찾아볼 수가 없다. 


 

6월2일 04시 45분경 : 산행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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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5시 14분 : 노고단 대피소 도착...

노고단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찍은 사진...

일기예보엔 오전엔 한때 비 후 겜이였는데 날씨가 좋다.

멋진 산행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노고단 대피소에서 별이님 생일 파티를 했다.

치즈케익이였던가... 처음처럼님이 줄에 묶어 빙빙 돌리면서 가지고 왔는데..ㅋㅋ

하나도 안 깨지고 무사하다.

 

노고단은 신라시대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를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셔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올리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안식처이며, 기개를 단련하던 노고단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수난의 아픔을 겪는다.

민족신앙의 성지이며 낙원이던 이곳이 일제시대 외국인 선교사들의 피서용 별장으로 둔갑한 것이다.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맑은 물이 샘솟아 내를 이루며 빼어난 절경을 간직한 이곳에는

당시 외국인 별장이 52동이나 들어섰다고 한다.

더욱이 구례지방에서 조선인 일꾼들은 선교사들을 가마에 태워 이곳 별장까지 오르내렸다고 하니

당시 서글픈 시대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노고단 외국인 별장은 그 후 1948년 10월 여순사건이 발발하면서 반란군들의 근거지로 이용됐다가

국군 토벌대에 의해 점령됐으나 이후 빨치산의 거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불태워져 지금은 옛 건물의 흔적과 잔해만 남아 있다.

이들 건물이 불태워지면서 당시 노고단 일대의 울창한 수목들도 때아닌 화마에 휩싸여

지금도 노고단 일대는 큰 수목은 찾아보기 힘들고 싸리등 관목류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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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05시23분 : 노고단 정상 도착

 

처질 것을 염려하여 먼저 올라간 레드벌룬이 떨고 있었다.

덕분에 폭죽없는 생일파티를 하게되었는데... 그 폭죽 뭐했을까???

대충 사진찍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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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06시05분 : 돼지령인 듯...

먼저 도착한 분들이 썬크림을 바르며 열심히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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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06시26분 : 임걸령 도착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김밥에 청바지님께서 협찬해 주신 누룽지탕. 청바지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임걸령은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8Km 거리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320m의 높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우뚝 솟은 반야봉이 북풍을 막아주고

노고단의 능선이 동남풍을 가려주어

산속 깊이 자리한 아늑하고 조용한 천혜의 요지이며

샘에서는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고 물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은 옛날에 의적이나 도적들의 은거지였던 곳으로 유명하며

특히 의적 "임걸"의 본거지였다하여 임걸령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샘터에서 피아골쪽 암벽 밑에 막터가 있는데 이곳을 "황호랑이막터"라고 부룬다.

옛날에 약초를 캐는 황장사가 눈 내리는 겨울밤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자다가

호랑이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6월 2일 07시 17분 : 식사 후 임걸령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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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07시41분 노루목 도착(10분간 휴식)

경치가 좋아서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여기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반야봉이 있다.

 

'지리산이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오던 중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어떤 여자가 "산이 걸어나온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만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버렸다는 "노루목"과 관련한 전설이 있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고정불변의 존재인 산이 들판(세상)을 향해 걸어나왔다는 것은

바로 산의 생명성과 능동성, 지향성을 뜻하는 것으로서 지리산의 모성적 토대 위에서

자생력을 회복한 저항과 변혁세력이 새 세상을 꿈꾸며 들판을 향해 내려오던,

나아가 들판문화를 크게 위협하기도 했던 역사들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6월2일 08시06분 : 삼도봉 도착(10분간 휴식)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가 만나는 지점이라서 삼도봉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경치가 끝내줘서 사진 많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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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08시30분 : 화개재 도착 ( 20분간 휴식 )

 

여기까지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화개재에서 재롱이님의 멋진 재롱잔치를 보고 다시 연하천을 향하여 출발한다.

여기부터 맑은 날이여 안녕... 짙은 운무가 우리를 기다린다.

 

화개재는 구례 주민들이 하동에 있는 화개장터를 갈때 넘는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6월2일 09시 20분 : 토끼봉 통과(5분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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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10시 27분 : 연하천 도착

먼저 온 선두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짙은 안개로 인하여 10m 전방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행랑아범님이 가지고 오신 봉심이 족발을 먹었다.

후미를 기다리며 점심 준비를 하였고,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벽소령으로 출발한다.

화개재부터 연하천까지가 제일 힘든 코스라고 했는데 그리 힘든것 같지가 않았다.

비슷한 산길을 계속 오르내리다가 나무 계단을 타고 쭉 내려가니 연하천이 나온 것 같다.

여기를 지날때 지리산 종주 너무 싱거운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2일 12시15분 : 연하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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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13시00분 : 형제봉 도착(약 15분간 휴식)

 그냥 통과하려고 했는데 뭉게구름님이 사이로난 길로 올라간다.

뒤를따라 처음처럼님이 올라가고... 나도 뒤따라 올랐다.

올라가기에는 험하지 않다.

막상 올라가니 경치가 너무 좋다.

안개낀 경치 감상과 함께 사진을 팍팍 찍었다.

뒤에 행랑아범님, 녹턴님, 인디컴님도 따라 올라오신다.

 

옛날 지리산에서 두 형제가 수도를 하고 있을때 산의 요정 지리산녀의 간곡한 유혹을 받았으나

형제가 다 같이 이를 물리치고 도통성불하였고 성불한 후에도 집요한 산녀의 유혹을 경계하여

도신을 지키려고 형제가 서로 등을 맞대고 너무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었기 때문에

그만 몸이 굳어서 그대로 두개의 석불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형제봉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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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14시00분 : 벽소령 대피소 도착

 

벽소령에서 가지고 온 아이스크림을 풀었다.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서 꽁꽁 언 그대로였다.

아... 날씨만 좋았으면 히트였는데 안개로 서늘하여 별로인것 같았다.

1시간 가량 휴식을 하고 다음 목적지인 세석으로 출발한다.

산장예약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야겠기에 일단 주민등록증은 가장 빠른 찬솔님께 임걸령에서 맡긴 상태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찬솔님 뒤를 따르기로 했다.

황룡님과 야풍님, 야후님이 함께 나섰다.

 

달밤이면 푸른 숲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너무 희고 맑아서 오히려 푸르게 보인다고하여 옛부터 이곳을 벽소령이라고 부르며 벽소령의 달은 지리산 10경중의 하나라고 한다.

 

6월2일 14시17분 : 벽소령 대피소 출발( 다음 목적지 세석산장, 6.3Km)

 

6월2일 12시57분 : 선배샘 통과

6월2일 13시26분 : 맘바위 통과

6월2일 15시41분 : 칠선봉 도착

 

 

선비샘은 현재는 서서 물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지만

예전에는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만 물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옛날 상덕평 마을에 평생 가난하고 천대받으며 살아온 한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의 유언이 죽어서라도 사람대접 한번 받아보는 것이었는데

결국 아들들이 이 샘터 위에 무덤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샘에서 물을 뜰 때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므로 결과적으로 이 노인의 무덤에 절하는 격이 되게끔 하였다고 한다.

생전에 갖은 고생과 천대 속에서 화전민으로 살아온 한 노인의 애틋한 소망이 실제로

십여년전까지만 해도 실현되고 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무덤도 안 보이고 샘도 파이프로 연결하여 서서 받도록 조처하였기 때문에

이 씁쓸한 전설은 잊혀진 얘기로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칠선봉은 작은 7개의 암봉이 높은 능선위에 자리잡고 아름다운 비경을 이루니

마치 일곱선녀가 한자리에 모여서 노는 현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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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16시06분 : 철계단 통과

이 철계단 악몽이다.

지친 상태에서 한계단 한계단 오르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도, 올라가야겠기에 한걸음한걸음 내 디딘다.

 

찬솔님이 중간에 힘이드셔서 뒤에 쳐지셨다.

배낭에 들어간 3Kg의 쌀과 얼린 고기, 술때문에 많이 힘이 드신듯하다.

임걸령에서 맡긴 신분증을 칠선봉에서 나에게 도로 주셨다.

 

벽소령부터 세삭산장까지 6.3Km...

여기가 지리산 코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6.3Km이고 평균 3시간 걸리는 코스인데 2시간 17분만에 주파를 했다.

중간에 2분씩 3번 쉰 것 같다.

첫번째는 맘바위에서 목이 말라서 물 마시느랴 한번...

두번째는 칠선봉에서 너무 배가 고파서 초코렛 꺼내 먹느랴고 한번...

세번째는 저 철계단 중간에서 너무 지쳐 한번...

배낭이 물이나 초코렛 꺼내기가 편한 구조였으면 아마 계속 가면서 꺼내 먹었을텐데...

이날은 용량이 큰게 필요할 듯하여 10년전에 산 배낭을 가져갔다.

지퍼로 되어 있어서 요즘에 나오는 배낭보다는 불편했다.

 

6.3Km... 나와의 싸움이였다.

몇번이나 주저앉아 쉬고 싶었다.

저 철계단은 끔찍 그 자체였다.

18시 전까지 산장에 가면 되기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계속 나갈 수 밖에 없었고 그러고 싶었다.

 

배도 고프고...

발목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고...

 

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좁은 길에서 수많은 산행 인파를 제치고 나가는게 더 힘이 들었다.

다행히 먼저 가게끔 비켜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앞만 보고 가기때문에 뒤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앞에 가시는 분 제칠려고 바짝 붙어가다가...

바위를 오를때 갑자기 스틱을 뒤로 젖히고 손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스틱에 맞을뻔도했다.

 

이 코스가 없었다면 아마 이번 지리산 산행은 무미건조했을것 같다.

뭉게구름님이랑 처음처럼님... 모두들 배가 고파서인지.

산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삼겹살부터 구워 먹자고했었는데...

 

6월2일 16시23분 : 영신봉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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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16시34분 : 세석산장 도착

영신봉에서 600m라고 되어 있었는데... 왜 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가도가도 산장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15m 정도 앞에서인가 갑자기 거대한 지붕이 나왔다. 세석산장이다.

다행히 영신봉부터는 안개에 젖은 철쭉이 그나마 나의 마음을 위로 하는 듯...

 

역시 찬솔님은 대단하셨다.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서도 종주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으신 것 같다.

찬솔님을 선두로 뭉게구름님, 처음처럼님, 나, 멋진걸님이 일렬로 세석산장에 들어섰다.

 

세석산장 도착하니 많은 인파로 인하여 삽겹살 구워먹으려는 생각은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

산장 예약을 확인하는데 12명 신청한게 잘못된 것을 알았다. 미리 확인전화할껄...

모두 지쳐 있어서 일단 자리를 배정하고 쉬게 해야할 것 같아서 부족한 돈을 야풍님께 빌려서

예약한 12명 자리를 배정 받았다.

계속 통화를 하면서 부족한 자리를 알아봤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국립공원관리공단 본부 높은 분들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오는 바람에

자리 내기가 쉽지 않다고 산장 관리인이 죄송하다고 한다.

 

남자 10석, 여자 2석...

남자들이야 어떻게든 자면 되는데 여자분들이 문제다.

다행스럽게 20시 정도인가 여자분들은 6석을 더 배정 받게 되었고...

남자들은 그냥 사이사이에 껴서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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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랬겠지만 자리에 누웠을때는 저녁이고 뭐고 그냥 자고 싶었다.

늦게 나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20시 40분경인가...

레드벌룬이 아픈 몸을 이끌고 나타났다.

연하천에 도착했다는 연락받고 몇번을 전화했었는데 연락도 안 되더니... 웬수가 맞다.

마중 나오지 않았다고 잔뜩 삐져있는데 솔직히 반가운 마음보다는 그냥 내려가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잘곳이 부족하였기에 그냥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지리산 2차 종주 낙오없이 100% 달성하게 해 준 점과

아픈 몸을 이끌고 그 먼거리를 혼자 온 점에 대해서는 기특하기도 하다. ㅎㅎㅎ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좁긴하지만 편한 자리를 양보하고 바닥에 누워계신 행랑아범님, 인디컴님, 파파님과

바깥 문쪽에서 침낭을 뒤집어 쓰고 계신 버크님, 태희사랑님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 후에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자정경 갑자기 시끄럽다.

 

저녁에 오자마자 잠을 자던 팀이 있었는데 자정에 출발하는 것 같다.

덕분에 행랑아범님, 인디컴님이 침상 위에서 잘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였다.

태희사랑님한테 자리 생겼으니 들어가서 자라고 했더니 침낭이 편하다고 한다.

 

잠에서 깨니 또 잠이 오질 않는다.

날씨 확인하느랴 두세번 들락날락하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시간은 두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밖에서 침낭만 뒤집어 쓰고 자는 사람들...

맨땅위에 비닐을 치고 자는 사람들...

계단에서 쪼그리고 자는 사람들...

 

산이라는게 무엇이기에 저리도 불편하게 자면서도 산행을할까???

저들에 비하면 우린 호텔 수준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또, 이리저리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6월3일 새벽 4시10분.  기상...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침에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들었다.

저녁을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한 분들이 계신다기에 무척 당황했다.

무박팀 만날려면 아직도 몇시간을 더 있어야 하는데...

 

대충 정리를 하고... 4시 54분 장터목을 향하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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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05시08분... 촛대봉 도착...

촛대봉위에서 무박팀과 통신이 되었다.

처음엔 다른 팀들과 혼선인줄 알았는데 인디컴님이 우리 팀이라고 한다.

다시 들어보니 제제님과 초록기름님이 교신 중이였다. 반가운 마음에 통신을 시도했으나

산을 넘어서 그런지 그 이후론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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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6시15분 : 장터목 대피소 도착...

여기도 10m 앞도 잘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건물이 나타났다.

나를 비롯하여 모두들 배가 고픈 모양이다.

먹을 것이라고는 전투식량이 전부이다.

 물을 데워 전투식량으로 조금이나마 허기를 채울수가 있었다.

이번에도 주방장님은 인디컴님이시다. 산행내내 주방장 역할을 하신 것 같다.

덕분에 부족한 식량 문제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해결이 된 듯하다.

 

식사를 거의 마무리 하던 중 제제님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천왕봉까지 700m 정도가 남았다고한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천황봉으로 출발했다.

출발 시간 : 6시 55분 경...

 

무박팀보다 먼저 가서 환영해 주고 싶어서 무작정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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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07시29분 : 통천문 통과

여기서 부터 진짜 오르막이다.

뒤에서 뭉게구름님이 같이 가자고 부르고...

처음처럼님이 부른다.

대답만하고 사진기 셧터를 누를때 잠깐 멈출뿐 계속 치고 올라갔다.

오를때는 숨이 막히고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힘든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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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07시41분 : 정상 도착...

바로 5m 앞에 있는 사람도 얼굴을 잘 알아볼수 없다.

무박팀 보다 먼저 간 것 같았는데 제제님이 뒤쪽에 계신다.

무지 반가웠다. 뒤를 이어 올라오는 무박팀원들...

한분한분 모두 너무 보고싶고 반가운 얼굴들이다.

 

짙은 안개에 바람까지 매섭다.

 

움직이지 않으면 곧바로 추위가 엄습하기 때문에 단체사진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8시 42분 : 다시 장터목 도착...

9시 16분 : 장터목 출발... 후미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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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는 중에 잠깐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인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구름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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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29분 : 거의 하산 완료지점에서 산행으로 지친 발을 물에 담그고 풀었다.

 

그리고, 13시 18분 선두조 하산 완료...

 

이로써 36Km에 달하는 지리산 2차 종주는 마무리 되었다.

서울오는 차안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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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운무와 안개비로 인하여 힘들고 지루했지만 같이 고생해 주신 분들이 있기에

즐거운 산행이였습니다.

 

모두들 지리산 종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무박팀... 무지무지 반가웠구요, 언젠가 한번쯤 도전해 보세요.

제제님이 가기전에 겁을 엄청 많이 줘서 바짝 쫄았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산장 잠자리 관계로 불편하였던 점과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아 산사랑 역사상 최초로 배 고픈 산행을 하게 한 점...

진행요원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 오카 올림 -

 

 

출처 : 좋은생각 산사랑
글쓴이 : 오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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