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7월 꽃편지
"꽃님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이렇게 물었을 때, "네, 안녕합니다." 라고 답해주실 꽃님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요?
참 어수선하고 두려웠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온 국민을 떨게 하고,
80평생에 처음이라는 강화도의 어떤 할아버지 말씀처럼
논과 밭은 물론, 사람들의 가슴까지 바짝 말렸던 가뭄까지 기세등등했지요.
도시에 사는 덕분에 지독한 가뭄을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햇볓 쨍쨍한 하늘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보는 농민들을
매스컴으로 대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마트의 채소값을 보면서, 저 또한 비가 내리기를 기원했습니다.
다행히 메르스는 그 기세가 조금 약해진 듯해서 다소 마음이 놓이지만
우리동네의 초등학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휴업을 하던 첫 날의 그 두려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집에서 10분 거리의 종합병원에서 메르스환자가 발생하고,
또 다른 학부모 한 분이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이 나자 학교는 즉각적으로 휴업을 하고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휴업 소식과 함께 메르스 예방법을 방송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우리 아파트는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밖에서 노는 아이들도, 시장에 가는 엄마들도 없었습니다.
마트는 텅텅 비고, 내가 다니는 스포츠센터도 휴관을 했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이 되더라도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도,
나는 건강하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또 해도
치료약이 없다는 말에는 두렵지 않을 장사가 없었습니다.
밖에 나가 있는 아이들을 불러 들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아이들은 엄마나 조심하시라며 걱정 많은 엄마를 위로했습니다.
메르스라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한 달을 살다보니
인간이란 참 약한 동물이란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전염병은
비록 첫 단추를 잘못 꿰어 어려웠어도 결국에는 바로잡았지만
자연의 보살핌이 있어야만 해결이 되는 가뭄은 어찌해야 할까요?
며칠 전 약간의 비로 목을 축이긴 했어도 아직은 애타게 비를 기다리는 농심이 많은 것을요.
남부지방의 장마소식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멍들고 지친 사람들의 가슴에
곱고 예쁘게 장맛비가 스며들어 웃음꽃 활짝 피울 수 있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올해만큼은 큰 피해가 없이 비만 충분히 내려주고 장마가 지나갔음 좋겠습니다.
꽃님 여러분!
여름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나날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기운내서 또 한 달을 잘 살아냅시다.
7월이 끝날 즈음에 제가 다시 "안녕하세요?" 라고 물으면
"네, 안녕합니다." 라고
밝고 건강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5년 7월 초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