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6월 꽃편지
요즘 딸아이들의 결혼적령기가 언제일까요?
서른이 넘어서야 이제는 결혼을 해볼까라고 생각한다면서요?
남의 얘기인 줄 알았더니 우리집에도 그런 녀석 하나 있습니다.
스물아홉 살 먹은 딸아이가 있는데 결혼이란 단어에는 영 시큰둥합니다.
"이젠 결혼할 때야."라고 말하면
"해야지."라고 명료하게 대답하고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남자친구 없어?"라고 물으면
"같이 살고 싶을 만큼 괜찮은 남자가 없네."라고 답합니다.
독신주의자는 아니라면서도 결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는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는데 엄마 아빠만 조급해집니다.
올해 아니면 내년에는 시집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아빠가
두어 달 전에 좋은 청년이 있다면서 소개팅을 주선했습니다.
아빠가 보기에는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와서
나에게 먼저 보여줬습니다.
보는 순간 절대로 딸아이가 좋아할 모습이 아니어서 내가 먼저 실망했습니다.
그동안 아이하고 나눈 이런저런 얘기 속의 남자 모습하고는 너무 차이가 났거든요.
남편에게 말해줬지요.
내가 보기에는 99%가 아니라고,
남은 1%는 대화가 얼마나 통해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지가 관건이라고...
아이가 쉬는 날, 만남은 성사가 되었고 결과는 예상 적중이었습니다.
남은 1%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는데 그마저도 전혀 아이의 마음에 닿지 않았나 봅니다.
첫째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둘째는 잘난 체를 한다고,
셋째는 있는 티를 낸다고,
넷째는 그러면서도 자기관리가 전혀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 무엇보다도 외양이 평균은 돼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랐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서른 살 청년이 살집이 좀 있고 배가 나와서
사진으로는 총각 같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아빠가 사람을 그렇게 엉터리로 봤을 리가 없지 않냐고 말했더니
어른들을 대할 때의 마음과 또래를 대할 때의 마음이 다르다면 그것도 문제가 아니냐고 반박을 합니다.
그 청년이 멀리서 일하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의 얘기만 들었던 남편은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인 줄을 전혀 몰랐다면서 아이에게 미안해하기는 했지만
집안도 괜찮고 경제력도 편안한 집이라며 지금도 가끔 아쉬워합니다.
이렇게 딸아이 첫 번째 선보기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런 얘기를 전해들은 서른 살 아들넘이 한마디 합니다.
"아버지, 평생 얼굴 보고 같이 살 사람인데 어디 되겠습니까?"
요즘 아파트 담장에는 넝쿨장미가 한창입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장밋빛으로 물이 드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꽃잎이 한 장 한 장 모여서 소담한 송이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스물아홉 해를 모아 모아 활짝 꽃피워낸 우리 딸아이, 6월의 장미처럼 소담하고 어여쁜데
고이 모셔다가 바라봐줄 눈부신 청년이 곧 나타나겠지요?
점점 더워지는 여름의 길목입니다.
때아닌 중동전염병으로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두려워지는 요즘입니다.
꽃님 여러분,
건강관리가 최우선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몸과 마음의 운동도 열심히... 아리아리!
고맙습니다!
- 2015년 6월 초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