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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로하스

스기와 히노기 집짓기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가슴에 품고 귀농 싸이트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드나든지 3년. 드디어 작년 봄에 진안군 안천면에 터를 마련했습니다. 물론,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만류도 만만치 않았죠. 하지만 끈질긴 설득과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제는 아내로부터도 많은 협조를 얻어낼 수가 있게 되었답니다.
제 땅이 생겼다는 설렘과 이제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터전이 마련되었다는 기쁨으로 몇 날 며칠을 뜬 눈으로 새웠는지 모릅니다. 밤 12시까지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제가 사는 대전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밭으로 달려가 터를 고르고 나무를 심었습니다. 흙을 파고 잡초를 뽑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새싹이 돋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고추며 오이며 가지며 토마토, 수박 등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행복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올 봄에는 지난 1년 동안 다듬어 놓은 터에 작으마한 목조 주택을 지어보려 합니다. 주 재료는 일본산 스기와 히노키. 몇 년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있는 일본의 어느 지방 도시로부터 질 좋고 풍부한 일본산 목재를 사용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년에 두 번 정도 현지를 드나들면서 스기와 히노키로 지은 집을 접해 보고 목조 주택에서 받은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저 역시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입을 하려고 알아보니 쉽지는 않군요. 그 지방에서는 중국 대련으로는 시험적으로 수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한국으로의 수출은 드문 일이라 수입 절차라든가 비용에 관한 문제, 방법, 단가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상업적인 접근이 아니었기에 다소의 출혈은 감수하고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지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지인이 있기에 많은 힘을 얻기도 한답니다. 혹시 일이 잘 진행되어 제가 집 짓기를 순조롭게 끝낼 수 있다면 작은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전후 전국적인 규모의 조림사업을 실시했습니다. 텔레비전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몇 번 소개가 되었습니다만, 조림 후 5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숲은 부러우리만치 무성해 졌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각 지자체는 울창한 숲 때문에 말 못할 고민을 한 가지 안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간벌을 해야 하는데 간벌을 하는데 드는 인건비가 너무 비싼 탓에 산주들이 정부의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질 높은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었으나 동남아시아 등지의 값싼 목재가 수입되면서 일본 국내의 조림지에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죠. 간벌을 안 한다고 무슨 문제가 발생하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간벌을 하지 않을 경우 아이러니 하게도 환경파괴로 이어진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숲이 너무 울창하면 햇빛이 지면까지 이르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표피 식물이 자라지 못해 낙엽 등이 쌓여 만들어진 부식토가 빗물에 모두 떠내려 갑니다. 떠내려간 부식토는 강물로 유입, 갈수기에 부영양화 현상을 초래하여 심각한 녹조를 발생시킵니다. 녹조가 발생되면 강에서 서식하는 각종 수중 어류가 폐사하게 되는 것이죠. 녹조는 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바다까지 유입되어 연안 해수까지 오염을 시켜 산호초의 폐사로 이어진답니다.

남의 나라의 고민, 그것도 역사 문제가 얽혀 있는 일본의 목재를 수입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질 좋은 목재를 충분히 싼 값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저는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바람이란, 우선 제가 시험적으로 스기와 히노키를 수입해서 집을 지어보고, 귀농하는 사람들의 큰 과제 중 하나인 집짓기 재료의 단가를 낮출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서면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목재 수입으로 사업을 하겠다든가 집 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작은 산골 마을의 고민도 일부나마 해결해 주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의 주택 문제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릅니다. 현재 목재 수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인 현지 수입단가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고, 어쩌면 장벽에 부딪쳐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흙으로 돌가가고 싶다는, 그래서 준비를 시작했다는,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마음에 새기며 차근차근 귀농으로의 꿈을 실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