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 들꽃' 6월 꽃편지!
술의 신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신과 인간 여인인 세멜레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질투가 많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 의해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낳기도 전에 죽임을 당하고,
제우스신은 태아를 자신의 넓적다리 속에 묻어 키운 후
디오니소스의 이모에게 양육을 맡겼답니다.
그것조차 못마땅하게 여긴 헤라가 양육을 맡은 사람들을 모두 해하고
디오니소스에게 광기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어떤 사람들은 디오니소스의 광기를 이어받아
술주정을 하나 봅니다.
저는 매일 저녁을 먹고 난 후, 남편과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산책합니다.
90분 정도 적당한 속도로 걷고 나면
요즘 같은 날씨에는 땀이 끈끈하게 납니다.
집에 돌아오면 냉장고에 넣어 둔 맥주를 마시곤 하는데
이 때 마시는 맥주의 시원함을,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남편은 잘 모르나 봅니다.
제가 마음이 심란할 때 두어 번, 술김에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아예 술주정으로 굳어질까 봐 걱정스럽게 바라보기만 합니다.
저는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먹을 수는 있습니다.
소주 한 잔에 취할 때도 있고, 두 병을 마셔도 멀쩡할 때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기분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면
어쩌면 밤을 새워도 끄떡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한 잔의 술로도 온 몸이 붉어지고 취하기 일쑤여서 술 마시는 걸 꺼립니다.
알콜분해 효소가 없는 사람이 있다더니 우리 남편이 그런 경우인가 봐요.
부부가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을 들으면 저는 참 부럽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꼭 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약간의 술은 긴장의 끈을 늦추게 하고, 신경을 살짝 무디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민감한 얘기라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술의 순기능 때문이겠지요.
고혈압이 있는 저에게 술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적은 양의 술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네요.
적당량의 와인을 꾸준히 마시면 심장에 좋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는 걸 보면
술이란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오늘 저녁 산책을 하고 나면 남편에게 다시 말해 봐야겠습니다.
한 잔의 막걸리에 피곤과 시름을 잊는 사람도 있고,
한 잔의 포도주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도 많으니
캔맥주라도 서로 부딪치며 부부의 정을 한번 쌓아 보는 것이 어떠냐고요.
바람재 꽃님 여러분,
버찌는 어느 새 익어 떨어져 도로 위를 까맣게 물들이고
살구나무를 올려다 보니 열매가 제법 큼직한 게 눈에 들어옵니다.
산과 들은 점점 녹음이 짙어져 가겠지요.
아무도 모르게 슬그머니 다가든 6월이 밉기도 하지만
또 어떤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6월을 따라 우리 곁으로 올까 싶어
가슴이 설레기도 합니다.
오늘, 사랑하는 이와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심은 어떨까요?
늘 건강하십시오.
- 2012년 6월 초하루 '바람재 들꽃' 운영진(창너머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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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지난 한 달 동안 '바람재 들꽃' 카페에 올라온 식물 사진 중에서 고른 것입니다.
게재 순서는 닉네임의 가나다순이며, 주로 '우리 꽃 우리 나무' 방에 올라온 것들 중 우리 바람재 식구들이
식물들의 이름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그 식물의 생태가 잘 드러난 것들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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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 - 가을날 님 (5/23)
* 동의나물 - 가을날 님 (5/5)
* 땅비싸리 - 가을하늘 님 (5/30)
* 한계령풀 - 가침박달 님 (5/13)
* 금난초 - 기분좋은날 님 (5/16)
* 등심붓꽃 - 김지율 님 (5/4)
* 반디지치 - 꽃내 님 (5/18)
* 은방울꽃 - 나이스 님 (5/13)
* 은방울꽃 - 네모 님 (5/20)
* 살갈퀴 - 네오 님 (5/4)
* 연복초 - 네오 님 (5/13)
* 가침박달 - 달희 님 (5/6)
* 갯까치수영 - 달희 님 (5/31)
* 큰애기나리 - 둥굴레 님 (5/2)
* 덩굴꽃마리 - 둥굴레 님 (5/15)
* 갈매기난초 - 둥굴레 님 (5/25)
* 흰씀바귀 - 둥굴레 님 (5/30)
* 으름덩굴 - 둥둥 님 (5/2)
* 미선나무 열매 - 둥둥 님 (5/29)
* 각시붓꽃 - 디비디비 님 (5/10)
* 복주머니란 - 린네아 님 (5/24)
* 갯완두 - 물레방아 님 (5/15)
* 먹넌출 - 물푸레나무 님 (5/22)
* 함박꽃나무 - 물푸레나무 님 (5/29)
* 반디지치 - 물푸레나무 님 (5/13)
* 대팻집나무 - 물푸레나무 님 (5/14)
* 제비꽃 - 바람길 님 (5/1)
* 아까시나무 - 백목련 님 (5/25)
* 전호 - 백운돌도사 님 (5/9)
* 호두나무 수꽃(위)과 암꽃(아래) - 별꽃 님 (5/4)
* 큰두루미꽃 - 비단옷 님 (5/5)
* 용둥굴레 - 비단옷 님 (5/20)
* 산딸기 - 사랑초 님 (5/16)
* 앵초 - 산바람 님 (5/4)
* 흰민들레 - 새벽향기 님 (5/1)
* 산앵도나무 - 소연 님 (5/16)
* 후박나무 - 솔체꽃 님 (5/3)
* 옥녀꽃대 - 안여사 님 (5/7)
* 큰꽃으아리 - 안여사 님 (5/7)
* 딩조팝나무 - 안여사 님 (5/8)
* 산조팝나무 - 안여사 님 (5/14)
* 쥐똥나무 - 안여사 님 (5/31)
* 등칡 - 애미 님 (5/3)
* 피나물 - 어진내 님 (5/7)
* 붉은병꽃나무 - 어진내 님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