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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풀 꽃 버섯(약초)

[스크랩] 별꽃님이 보내주신 마지막 꽃편지!

바람재 꽃님에게...!


이제 종점입니다. 아침이 있으면 저녁이 있듯이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네요. 
산벚꽃이 피어나는 2006년 4월 24일에 첫 바람재 꽃편지를 쓰기 시작해서 오늘 2011년 3월 1일
까지 매 달 초하루 편지를 보냈습니다. 서툴고 유치한 문장으로 외람되게 편지를 쓴 시간이 5년
이나 됩니다. 돌아보니 그것도 한 순간입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이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었지만 황홀한 기쁨의 시간이 더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제가 쏟은 시간과 정성보다 훨씬 더 많
이, 분에 넘치게 사랑을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나마스테!
첫 편지에서도 인도 여행에서 배운 "나마스테!"란 인사말을 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
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란 뜻이 좋았고, "나마스테!"라고 나즉이 속
삭일 때 마다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번지는 따뜻한 기운이 또 좋았습니다. 
어느 날 카페지기인 정가네님이 저를 운영자로 승격시키면서 매 달 한 번씩 바람재 회원님에게 
꽃편지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겁 없는 철부지처럼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편지를 썼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편지 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갔습니다. 이제 그만 써야지라고 절실하게 생각
한 것이 작년 겨울이었습니다. 정가네님이 일 년만 더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셨고, 오늘이 
그 약속한 일 년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정가네님과 한 약속을 지키고 하나의 매듭을 묶는다고 
생각하니 스스로도 가슴 벅찹니다.
주역의 64개 괘중에서 63번 째 괘가 완전한 완성을 상징한다는 '기제괘'이고, 마지막인 64번 째
괘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미제괘'입니다. 기제 다음은 미제이니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불완전합니다.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만이 아니라, 파괴
의 신인 시바신입니다. 파괴는 곧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니까요. '구도의 끝은 열반이 아니라 또 
다른 의정'이라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종즉유시(終卽有始)'이고 '물극필반(物極必反)'입니다. 
종점에 선 오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혁하
는 창조의 역사에 동참해야겠지요.
올 겨울 추위는 유난히 혹독했고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남녘에서 복수초와 매화와 바람꽃이 피
었다니 봄기운은 이미 천지에 가득합니다. 봄날에 다투어 피는 꽃들의 목숨은 열흘을 넘기지 않
습니다. 열흘 동안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일 년을 준비하는 그 목마른 기다림과 그리움과 설레임
이 있는 인고의 겨울을 사랑합니다. 입춘과 우수를 지난 겨울의 끝자락, 봄의 기미가 느껴지는 
이월과 삼월을 더욱 사랑합니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면, 도도한 춘정을 감당할 수 없어서 꽃멀
미가 나고 가슴에는 통증이 입니다. 꽃이 피는 순간, 시간은 폭발적으로 가속되어서 여름과 가을
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시간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달
립니다. 
"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한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았다면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 어찌 얻을 수 있으리오"
                                                    매화향기 / 황벽 선사 
긴 겨울의 마침표를 찍고 새봄을 알리는 꽃은 단연 매화입니다. 옛 시인이 그토록 매화를 아끼
고 사랑한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뜨거운 갈망과 애틋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직지사 우리 스님의 처소에 토종 매화가 몇 그루 있습니다. 일전에 보니 가지마다 입을 꼭 다문 
야무진 꽃망울들이 쪼르록 달렸습니다. 지난 겨울 뼈에 사무친 추위가 있었으니 올해는 예년보
다 더 향기로운 꽃을 피우지 싶습니다. 삼월 말이면 직지사에는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닥나무가 
노오란 꽃등을 밝히고 이어서 청매, 홍매, 백매가 피어납니다. 매화마을처럼 구름같이 많은 꽃
을피우지 않습니다. 적정한 거리를 두고 절도있게 또박또박 피어나는 매화는 단정하고 정갈합니
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매화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자라서 "생명은 자유다, 앞으로 나아갈 뿐
이다"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스님께 매화나무 가지를 쳐서 모양새를 예쁘게 잡아주라고 했지만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빙그레 웃으십니다. 스님의 지인은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매화를 '방생매'
라고 합니다. 꽃을 좋아하는 스님을 위해서 우리 부부가 심은 치자나무, 꽃무릇, 금낭화도 씩씩
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곧 우리 스님이 문경 김룡사 주지 소임을 맡아서 처소를 옮길 것입니다. 주인을 잃은 매화와 꽃
무릇, 치자나무, 금낭화, 옥잠화, 파초, 서향 등이 안쓰럽습니다. 저들도 저들을 심고 가꾸며 사
랑의 눈길로 어루만져준 사람을 그리워할까요? 
"尋花不惜命(심화불석명) 꽃을 찾음에 목숨을 아끼지 않고,	
 愛雪常忍凍(애설상인동) 눈을 사랑함에 항상 추위를 참아 견딘다"
매화꽃을 볼 때면 생각나는 추사의 한시입니다. 혹한의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매화꽃을 바라보
는 것이 어찌 예삿일이겠습니까? 매화꽃 봉우리에 희망과 사랑을 담아서 삼월의 문을 엽니다. 
그 동안의 성원과 격려에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내 청안하세요!
                                                  2011년 삼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새싹같은 강아지들--정가네님

진달래--어진내님

매화--별꽃


큰개불알풀--둥둥님

개모밀덩굴--주이님

동백나무--안여사님

매화--안여사님

변산바람꽃--지나님

군자란 꽃술--산바람님

대숲--들꽃님

변산바람꽃--운곡야화님

앉은부채--가을날님

복수초--포근이님

점나도나물--파란하늘꿈님

청매--파란하늘꿈님

사랑초--피어리스님

복수초--산으로님

큰개불알풀--아델님

노루귀--아델님

만첩홍매--여행나라님

개불알풀--초아님

별꽃--초아님

길마가지--라이백님

숫명다래나무--라이백님

백서향--달희님

변산바람꽃--민태님

복수초--늘봄님

매화--비바리님

풍년화--까치밥님

겨우살이--둥굴레님

제주 감귤나무--여행나라님

변산바람꽃--물레방아님

홍매화--물레방아님

크로커스--왜요?님

복수초--플레이아데스님

변산바람꽃--플레이아데스님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정가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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