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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묘년 새해 첫 날, 별꽃님이 꽃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바람재 꽃님에게...!


친정어머니 팔순을 축하하기 위해 대구 향교에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어머니는 열아홉 살에 고향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삼 년 만에 사촌 오빠 자전거 뒤에 타고 시
집을 왔습니다. 꽃가마 대신에 자전거 타고 시집온 것이 한스러운 듯 이야기하셔서 자식들이 이
번에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구시 남산동에 위치한 향교는 왼쪽에 명륜당, 오른쪽에 대성전이 있는 좌학우묘의 구조입니다. 
높직한 돌계단을 올라 향교 안에 들어서니 명륜당 양 쪽에는 청사초롱이 줄줄이 내걸렸고, 꽃으
로 치장한 아치문, 의자, 융단, 혼인상 등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전통 혼례복으로 갈아
입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은 새신랑, 새신부 같은 홍조가 볼에 가득했습니다. 젊은 시절 아버
지 별명은 허장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후리후리한 키에 자세가 꽂꽂해서 혼례복을 입은 
모습이 대원군 같이 위풍당당해 보였습니다. 색색의 구슬로 꾸민 족두리를 쓰고 연지 찍은 어머
니는 골다공증으로 허리가 휘어서 겨우 아버지 키의 반 정도 되는 애처로운 모습입니다. 어머니
는 좁은 어깨에 갸름한 얼굴, 버들가지같은 눈매가 순 조선표 여인입니다.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사진을 찍고는 아들, 사위가 꽃가마를 메고 향교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꽃가마를 탄 어머니가 꽃가마 밖에 선 아버지와 마주보며 웃는 모습을 보니 눈
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수도리 모티길에 서있는 단풍든 혼인목을 보는 듯 했습니다. 간단한 식
을 마치고 근처의 한정식집에 들어가서 백세주로 건배하면서, "최소한 백세까지는 무병장수하세
요."라고 했습니다. 
두 분은 아직도 아옹다옹 다투지만 서로를 지극히 위하고 아낍니다.
제가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가면 힘든 일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 대신에 아버지가 우리집과 당신집
을 오가면서 집안 정리를 다 합니다. 정리가 끝나면 두 분은 천천히 집 근처 고성산에 오릅니다. 
제가 꽃을 좋아하는 줄 알고 봄이면 버들강아지며 진달래를, 여름이면 찔레꽃을, 가을이면 산국
과 쑥부쟁이를 한 아름 꺾어오십니다. 며칠 전에는 산호같이 붉은 열매가 조롱조롱 달린 청미래
덩굴을 꺾어오셨습니다.
아버지가 꺽어오신 청미래덩굴을 학교 교실과 집안 거실벽에 걸어두었더니 햇살처럼 밝고 환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아이들은 붉은 열매가 신기한지 앞다투어 모조리 따먹었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더불어 먹었더니 물기없이 바싹 마른 속은 무슨 맛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그라들
었고, 까만 씨앗만 5개가 나왔습니다. 오남매를 키우느라 모진 풍파를 겪고 늘어난 가죽 끈처럼 
노쇠했지만 소중하고 고운 우리 부모님 모습입니다.  
청미래덩굴은 산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입니다. 줄기는 마디마다 굽으면서 벋고 갈고리 같은 거친 
가시가 있으며 계수나무 같이 동그란 잎은 두껍고 광택이 있습니다. 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황록
색의 꽃들이 소복이 모여서 피는 모습은 사랑스럽습니다. 열매는 둥글고 붉으며 오래 매달려 있
어서 '명감', 또는 '망개'라고도 합니다. 청미래덩굴은 이름이 많습니다. 경상도에서는 명감나무
라고 부르고 황해도에서는 매발톱가시, 강원도에서는 참열매덩굴, 전라도지방에서는 명감나무, 
종가시덩굴, 요즘 꽃가게에서는 흔히 멍개나무, 또는 망개나무로 부릅니다. 망개나무의 뿌리는 
소나무의 복령을 닮았다하여 '토복령'이라 부릅니다. 
망개나무잎을 소금에 절인 뒤 물로 씻어 증기로 쪄낸 다음 떡을 싸두면 망개잎 특유의 향이 배어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방부 효과가 있어 보존도 오래갑니다. 망개떡에서도 조상들의 지혜가 엿
보입니다. 
남천, 피라칸다, 찔레, 계요등, 사철나무, 가막살나무, 덜꿩나무, 산수유, 화살나무, 백당나무, 
괴불나무, 구슬댕댕이, 호랑가시나무 등 겨울철에 붉은 열매를 단 식물들이 많지만 망개는 그 
중에서도 크기가 제일 크고 복스럽습니다. 망개처럼 내게 주어진 삶을 끝까지 성실하고 살아내
고 종내는 예쁜 열매로 마침표를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처음처럼 / 신영복
새해 첫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 첫 마음을 잃지 말고 늘 청안하세요! 
                                                    2011년 일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정가네동산--정가네님

하늘고추--민들레님

남천--주이님

몽마르트언덕 태산목--둥둥님

은목서--안여사님

영종도 아침풍경--한물결님

팔손이--안여사님

난꽃--산바람님

노박덩굴--가을날님

주남저수지 일몰--비바리님

계요등--새벽의숲속님

식영정 소나무--여행나라님

털머위--까치밥님

곤드레--둥굴레님

청미래덩굴--초아님

산동 산수유--바람길^^님

세라스토이데스 대나물--달희님

소사나무 분재--이누스님

좀작살나무--초아님

냉이--아델님

호랑가시나무--파란하늘꿈님

붉은애기기린초--들풍님

화살나무 열매--사랑초님

수리취--산으로님

피라칸다--물레방아님

산용담--향일화님

마을에서--감꽃님

상고대--늘봄님

상주 나각산 숨소리길--물푸레나무님

금강 하구--풀빛님

진달래--홍주네님

산골짝 펜션--산골짝님

보세란--실크님

장미--나영님

매실나무 겨울눈--라이백님

수선화--해오라비님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정가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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