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5년전 조선일보에 게재됐던 사설입니다. 노 전 대통령 추임 40일째에 쓴 것이군요.
내용을 쭈욱 읽어보다 보니 밀월기간 중 지지율이 90%가 못되면 비정상이란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띕니다. 노 대통령이 금싸라기같은 집권 초 100일 중 40%를 허비했다는 말도 나오고요.
사설은 '지금부터라도 노 대통령은 국민과 코드를 맞춰야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 사설을 쓴 강천석 주간은 금싸라기 같은 집권 초 100일을 다 써 먹고 지지율이 7% 밖에 되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과연 뭐라고 할 지 궁금해집니다.
왜 작금에 조선일보에는 이런 내용의 사설이 올라오지 않는걸까요?
40일이 半年된 듯하다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40일이됐다. 아직 당선자 티도 채 벗겨지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 40일이 마치 반년이나 된 듯이 느껴진다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젊은 참모들은 으레 이렇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원래 반(反)노무현 아니냐…. ”
그러나 그게 아니다. 선거 때 대통령을 찍었거나, 찍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좀 잘해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 가운데 이런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전(前) 대통령이건, 전전(前前) 대통령이건 간에 이맘때쯤이면 지지율이 90%대를 웃돌았다. 몰아치는 듯하던 개혁 드라이브나 환난의 위기의식 덕분만이 아니다. 여기에 새 대통령에게 따라붙는‘허니문 프리미엄’이 더해진 결과다. 지지자의 기대가 솟구치고, 반대자도 덕담을 건네고, 심지어 선거의경쟁자까지 전도(前途)를 성원해줄 수밖에 없는 게 밀월 기간이다. 지지율이 90%가 못 되면 그게 비정상이다.
이 밀월 기간의 노 대통령 지지도가 70%선을 맴돌고 있다. 노 대통령과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고작 40일 밖에 안 됐는데, 그런 걸 거론하는 진의와 저의가 뭐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햇수로 5년, 달수로 60개월이다. 문제는 같은 기간이라도 임기 초와 임기 말은 시간의 값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취임 100일’이란 말이 생겨났다. 취임 후 100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 대통령의 성패를 가른다는 이야기다. 노 대통령은 이 금싸라기같은 100일 가운데 벌써 40일을 소비했다. 중간결산을 서둘러야 할 처지다.
중간결산의 포인트는 역시 두 가지다.
첫째는 왜 벌써 지루하다는 소리가 나오는가다. 둘째는 전임자가 다들 누렸던 ‘허니문 프리미엄’을 왜 노대통령은 누리지 못하는가다.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걸 찾아내 수리하는 일이다. 그러려면‘새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라는 교과서로 돌아가야 한다. 신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정권의 주제(主題)를 국민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이다. 이 일을 취임 100일 안에 해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본능이다. 국민이 속을 드러내놓지 않아도, 국민이 지금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내는 능력이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 우선순위와 대통령의 우선순위가 엇갈리면 대통령은 겉돌게 된다. 주제를 짚어냈다 해서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주제가 국민의 머리에 새겨질 때까지 대통령의 말과 행동의 초점을 오로지 거기 맞춰야 한다. 이게 마무리되면, 나머지는 반(半)자동으로 돌아간다. 주제에 열중하면 지지도도 오르고, 한눈 팔면 내리막이다.
취임 100일은 내내 위태위태하다. 이 시기의 가장 치명적 실수는 선거와 국정운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는 사람이 있으니 이기는 사람도 나온다. 적과 동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모두가 승자가 되는 윈·윈 게임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게 선거의 속성이다. 이런 이분법(二分法)이 취임 후까지 연장되면, 국정운영은 그날로 멱살잡이로 변한다. ‘허니문 프리미엄’이고 뭐고가 없다. 새 대통령에게‘우리끼리’, ‘뜻 맞는 사람끼리’라는 말을 절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면‘노 대통령 40일’의 수수께끼도 거반 풀린 셈이다. 국민의 86%가 경제가 나쁘다고, 76%가 IMF 사태 같은 게 다시 덮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고 한다. 국정 현안의 우선순위가 북핵과 경제에서 경제와 북핵으로 바뀌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마당에 대통령이 쏟아낸 그 많은 말 중에서 제일 자주 되풀이된 주제가 언론이고, 그 가운데서도 신문이다. 국민들에게서 코드가 맞지 않는다, 지루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 것이다. 새 정부가 유행시킨 대표적인 말이 바로 이‘코드가 맞는…’이란 표현이다. ‘허니문 프리미엄’을 제발로 차버린 주범이 이 말에 담겨 있는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다. 이제 처방을 내릴 때다. 노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국민더러 코드를 맞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코드를 맞추고, ‘우리끼리’에서‘다함께’쪽으로 발걸음을 새로 내디뎌야 한다는 것이다.
(姜天錫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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