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바위산이 만들어지고
시커먼 구름이 생기고
그리고, 매서운 바람만이 있었으리라.
- 세존봉에서 -
신청할때부터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산행이였다.
남북 분단의 휴전선을 넘어 남측이니 북측이니 하는 말을 사용해야하는 가깝고도 먼 그곳.
그래도, 혹시나 못오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 안가면 언제 가보랴하는 생각에 신청을 했다.
물밥님, 황룡님, 레드벌룬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시청을 출발한 버스는 강원도 고성을 향하여 출발했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대충대충 아침을 먹고, 남측 출입국사무소를 지나면서
현대아산의 안내조장은 열심히 주의사항을 주입시킨다.
말조심해야한다, 손가락으로 군인을 가리키면 안된다. 차량 이동중에 사진촬영은 안된다. 등등...
설래이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남쪽 철책을 뚫어 만든 통문을 지나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니
저 멀리 북한 초소가 보인다.
반갑게 손을 흔드는 남쪽 군인과 달리 누런 군복에 꼿꼿하게 서서 눈알만 돌리는 북측 군인을 보니...
드뎌 북쪽땅에 들어섰구나하는 생각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북측 출입국사무소에서...
번호순서대로 줄을 서서 검문대에 배낭을 넣고 통과해서 배낭을 잡는데 북측 검사관이 갑자기 "빼라우여"한다.
뒤에 배낭이 밀리니까 빨리 빼라는 줄 알고, 배낭을 집었는데 검사관이 옆에 와서 "빼라우여"를 반복하며
배낭을 빼았는다.
무슨 일인가 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배낭을 거꾸로 통과 후 다시 앞으로 보낸다.
배낭에 카메라가 있냐고 물었다. MP3가 있다고 했더니 빼보라고 한다. MP3가 카메라처럼 보였던것 같다.ㅋ
이후로 "빼라우여"는 산행내내 유행어가 되었다.
북측출입국사무소를 지나 숙소로 이동...
멀리 보이는 도로에는 자전거와 마차만이 왔다갔다하고...
70년대 시골을 연상케하는 논밭과 허름한 건물들...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경치 하나만은 죽인다.
숙소이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그래도 무지 따뜻하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등산 시작.
출발이 예상보다 1시간 늦었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우리차 도시락을 안 가져와서 도시락 가져올때까지 20분 가까이 또 기다렸다.
모든 일행 중 제일 후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구룡폭포 오르는 길...
계절의 아름다움과 정취가 각각 달라
봄에는 온갖 꽃이 만발하여 화려하고 산수가 맑기 때문에 금강산,
여름에는 온 산에 녹음이 물들어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기암괴석의 산체가 뼈처럼 드러나므로 개골산(皆骨山)이란다.
구룡폭포까지 오르는 길은 수월하지만 많은 인파로 쉽지가 않다.
등산객들이야 아이젠이 있어서 수월케 오르지만 관광 온 분들은 얼어붙은 길에 미끄러지기 일쑤다.
결빙 구간은 얼어서 지체되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뒤에오는 조장이 세존봉 가는 사람들은 늦었으니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이런...
구룡폭포 : 사진이라서 아쉽다. 째끄만하게 보이니...
높이 74m, 길이 84m, 폭 4m
옥녀봉을 배경으로 한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이다.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웅장하게 떨어지면서 흩날린다.
물이 많으면 그 소리 천지를 뒤 흔들듯 우렁찼을것 같다.
그러고보니 올해 설악산 대승폭포와 금강산 구룡폭포 두개를 본 샘이다.
구룡폭포를 경계로 아래에는 9마리 용이 살았다는 깊이 13m의 구룡연이 있고,
폭포 위에는 8개의 맑고 푸른 못인 상팔담이 있다.
상팔담은 "선녀와 나뭇꾼" 전설의 배경이라고 한다.
일반 관광객은 구룡폭포까기 올라가고,
세존봉 가는 등산객만 여기서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인원파악을 한다면서 한참 동안 새워 놓는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지고 나서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세존봉 코스는 500명 정도 신청을 했는데 모두 포기를 하고 산사랑 회원들 포함 120명 정도만 올랐다고 한다.
세존봉 오르면서 보이는 건너편 구룡대 풍경
금강산은 이렇게 대부분 돌산이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한 후 2시가 넘도록 먹은게 없다.
여기저기서 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금강산도 식후경, 밥먹고 가자."
"배고파 죽겠다."
나도 배가 고파서 중간에 마미님께서 챙겨주신 행동식을 풀었다.
초코파이랑, 초코렛을 먹고 나니 살것 같다.
마미님 잘 먹었습니다. ^^;
세존봉 정상쯤에서 본 반대편 풍경. 정말 웅장한 곳이지만 카메라의 한계인 듯...
세존봉 전망대는 바람이 많이 불어 갈수가 없었다.
반대편 동석으로 하산을 해야하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내 생전 이런 세찬 바람은 처음이다.
너나 할 것없이 배낭에서 옷을 꺼내어 입었다.
365 철계단... 길이는 아마 150M 정도 된듯...
바람이 많이 불때는 이동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람이 조금 잠잠해 졌을때 반대편으로 내려 가는데...
처음엔 왜 이리 더디게 내려갈까 했는데... 눈 앞에 있는 철계단을 보니 아찔하다.
바람이 엄청 부는데 이런 코스로 등산을 하다니 얘들이 미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계단 모습 : 밑에서 찍은 사진
난간을 꼭 잡고 내려가야했다. 언제 미친 듯한 바람이 불어 닥칠지 모르니.
지난 3월 1일 대야산에서 얼어붙은 수직 절벽을 내려올때...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 그때 그 생각이 다시 났다.
뭍 여인내들의 눈물을 쏙 빼기에 충분한 코스다.
그래도, 앞에가는 뭉게구름님, 동그래님은 한발한발 잘 내려가신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슬슬 즐기기 시작했다.
이 철계단이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첫번째, 거의 수직에 가깝다.
두번째, 엄청 길다.
세번째, 바람이 무지 매섭다. 그냥 내려가도 무서운데 날려갈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네번째, 손가락이 얼어 붙는다. 긴 코스 난간을 잡고 내려가는데 손가락이 얼어서 얼얼하다.
다섯째, 뭔가가 얼굴을 무지 때린다. ㅋㅋ 배낭끈, 모자끈이 세찬 바람때문에 얼굴을 무지 때리는데
난간을 잡고 있어서 어찌할 수가 없다. 그냥 맞아야지.ㅋ
정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코스였다.
긴 지옥의 철계단을 내려와서야 비로소 천당에 온 듯 안도할 수가 있었다.
동석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세존봉에서 한참을 내려와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처음 먹어보는 발열식 전투식량...
따뜻한 팩으로 언 손을 녹이니 한결 좋다.
또 바위산...
여기까지가 첫날 세존봉 코스임.
겨울 산속은 금방 해가 졌다.
렌턴을 켜고 한참을 내려와서야 동석 주차장에 이를 수 있었다.
소변이 마려워도 평상시처럼 마음대로 볼일을 볼수가 없다.
북측 안내원한테 들켜서 괘심죄로 잡혀갈지 몰라서.
모두 무사히 하산 후 7시 경 숙소에 도착...
샤워를 하고 횟집으로 갔다.
술 한잔 두잔 받아 먹었는데... 나중엔 기억에 안 난다. ㅋ
일어나 보니 새벽.. 내 방도 아니고 어느 방에 누워있다. 에고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맛난 참새구이도 못 먹고...
아침에 전날 있었던 일을 들었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누군가 이 노래를 불러서 고성방가로 걸려서 차량에 50분 정도 감금되었다는 이야기랑.
누가 귀엽게 재롱을 떨었다는 이야기 등등...ㅎㅎㅎ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립니다. 노래 제가 안 불렀거든요.ㅋㅋㅋ
둘째날...
일어나니 7시정도...
숙취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만물상쪽으로 이동을 했다.
구불구불한 승리고개를 지나 주차장에 내려서 올라가는데 인파가 무지 많다.
천선대
사람은 많은데 길과 계단은 1명만 지나갈 수 있으니 자연히 지체가 심하고 엄청 길게 줄을 서서 올라가야한다.
처음엔 슬슬 짜증도 나고, 그냥 내려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내 여기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긴 행렬에 합류하여 정상에 올랐다.
사방이 낭터러지인 천선대 정상...
사진 찍은 후 이동하려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동강님의 엉덩이를 꽈악 잡은 모 여성회원님 때문에
또 한번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천선대 정상은 진짜 절경이다.
사방이 탁 트였는데 사방 모두 절경이다.
이후 내려오는 길은 하늘문, 만물상 등 풍경이 멋지다.
만물상
천선대에서 내려오면서 북측 안내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북측 안내원에게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근무시간이라고 사진 안 찍는걸 꼬셔서 찍고...ㅋ
북측 여인네 못지않게 남자들도 멋있다.
내려오는 도중 있었던 북측 안내원과 2달러에 얽힌 에피소드...
제가 모두 올리면 재미가 없을 듯하여 이건 남겨 놓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김정숙 어머니께 물어보세요.ㅎ
동강님의 힘찬 "무브무브" 구령에 맞춰 즐겁게 하산 한 듯...
귀면암인 듯.
삼선암에 걸린 해...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
금강산은 이런 봉우리가 많다. 제일봉인 비로봉을 포함 모두 합치면 일만이천개 정도가 되는 듯...
함께한 회원님들... 산행 특성상 제각기 흩어져 모두 모여 찍은 적이 없네요.
짧은 1박 2일 여행이였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산행이였던 듯...
언제나 함께할 수 있슴에 한분 한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산행한 분들뿐 아니라
산사랑 모든 회원님들...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번개지기 인디컴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주없이 쓴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금강산을 다녀 온 후 오카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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